내 인생 첫 해외 여행, 내 인생 첫 미국 여행. 내가 계획하고 스스로 떠나본 첫 여행. 미서부 코스로 7월 31일부터 8월 19일까지 다녀왔다.
LA를 거점으로 움직였고, 정보 없고 계획 없는 여행자였다.
미국 서부 여행 일정
LA
7월 31일 저녁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을 타고 하네다 도착. 하네다에서 Delta를 타고 LAX 도착. 시차 덕에 여전히 7월 31일.
8월 1일 엘에이 카운티 내의 작은 도시 Arcadia에서 주택가 체험 - Din Tai Fung에서 저녁.
8월 2일 Arcadia Mall - Old Town Pasadena - 아르헨티나 식당 1810에서 저녁 - Od Town Pasadena 밤 거리.
8월 3일 Normandi 코리아 타운 - 산타 모니카 해변 - 할리우드 Blvd. - The Grove, Farmers Market - Ross - 베벌리 힐즈 - 그리피스 천문대 - 코리아 타운 만리장성에서 저녁
8월 4일 Pasadena에 있는 한인 교회 -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 LA 시내 리틀 도쿄 - 저녁으로 패스트푸드점에서 멕시코 음식
Las Vegas, Zion Canyon, Bryce Canyon, Grand Canyon
8월 5일 삼호관광 3박 4일 일정으로 그랜드 캐년/라스베가스 투어 출발 - 라스 베가스 Luxor 호텔 도착 - 라스 베가스 호텔, 다운타운, 쇼 투어 - Luxor 카지노
8월 6일 유타 주로 출발 - 브라이스 캐년 - 자이언 캐년 - 라스베가스 MGM Grand 호텔 태양의 서커스 Ka 관람 - 라스 베가스 스트립 거리 - 뉴욕 뉴욕 카지노
8월 7일 아리조나 주로 출발 - 그랜드 캐년 - 네바다 주 러플린에 있는 Edge Water 호텔에서 저녁 식사 및 휴식
8월 8일 다시 LA로 출발 - 출발하던 날 들렀던 한인 식당 - LA 다운타운의 동대문 JAVA
LA
8월 9일 Claim Jumpers에서 점심 - Pasadena의 가정집 - 휴식
8월 10일 Paul Getty Center - 한인 피자 집 - 불타는 토요일의 미국의 흔한 주택가 체험
8월 11일 iHop 아침 - Arcadia County Park 산책 - 휴식 - 맥도널드에서 야식 - LA의 Patsaouras Transit Plaza 샌 프란시스코 행 Mega Bus 탑승
San Francisco
8월 12일 오전 8시 Caltrain Station 도착 - La Taza에서 아침 - 여행자 정보 센터 - 하이트 & 애쉬버리 - 골든 게이트 파크 - 피셔맨스 와프, Pier 39 - Boundin Sourdough에서 저녁
8월 13일 Union Square에서 Wine Country 투어 출발 - 금문교 - 소살리토 - 소노마 Jacuzzi Family Vineyards - Viansa - 나파 Madonna Estate 에서 피크닉 점심 - Reata Wines - Bay Bridge - 다시 Union Saure - China Town - Chef Hung's Restaurant에서 저녁
8월 14일 Lombard 꽃길 - Mission District - 멕시코 음식점 El Farolito에서 점심 - Mission Dolores Park - Castro - Twin Peaks - Union Sqaure 치즈 케익 팩토리에서 저녁
8월 15일 마리나, Fillmore St., Union St. - The Brixton에서 점심 - Marina Green Park - Fort Mason - 파이낸셜 디스트릭트 - 유니언 스퀘어 옷 구경 - Johnny Foley's Irish House에서 늦은 저녁 및 밴드 공연 관람 - Caltrain Station에서 다시 LA 행 메가 버스 탑승
LA
8월 16일 LA Patsaouras Transit Plaza 도착 - 버스를 타고 Arcadia에 도착 - 휴식 - Caltech 재방문
8월 17일 Desert Hills Premium Outlet = Cabazone Outlet 에서 쇼핑 및 푸드코트 점심 식사
8월 18일 아침 8시 LAX에서 델타를 타고 시애틀, 시애틀에서 오사카, 오사카에서 대한항공을 타고 인천 도착. 시차 덕에 19일 밤에 도착했다.
비행
대한항공 직항으로 가는 게 무조건 좋을 것 같다. 델타는 별로다. 델타는 타면 안 된다. 언어나 환승은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는데, 비행기 내부의 편의나 깔끔함, 서비스 모두 대한항공이 3000배 정도 좋았다. 공항도 인천 공항이 가장 좋고, 편리했다. LAX에서는 발권도 스스로 해야 하며, 보안 검사 시 신발까지 벗어야만 한다. 보안 검사를 많이 당해 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다. 귀찮은 건 물론이고, 돌아오는 날 오사카 칸사이 공항에서 이것저것 버려야 했다. 일관성 없는 그 기준, 아무리 물어봐도 왜 보안 검사의 기준이 하네다 다르고 칸사이 다른지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던 것이 화난다. 일본어를 대충 알긴 하지만, 그런 복잡한 내용을 일본어로 소통할 수 없어서 영어로 했는데 일본인의 영어는 평소에 접하기 힘든 발음이라 알아듣기가 어려워서 더더욱 스트레스 받았다. 일본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생겼다.
하지만 한 번의 여행으로 많은 도시를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재밌었다. 시애틀도 가봤고, 도쿄도 가봤고, 오사카도 가본 셈이다! 더구나 오사카에서는 출국 심사 입국 심사까지 다시 했으니, 난 공식적으로 일본도 방문한 거다! 첫 여행이니 이렇게 하는 것도 재미있었지, 다음부터는 반 년 전에 예매해서 직항으로 다녀야겠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복도 쪽 좌석을 얻어야 한다. 장시간 비행하는데 창가 쪽 좌석은 소음 때문에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았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방향은 지구 자전의 반대 방향이라 비행이 더욱 피곤할 수 있다더니, 딱 그랬다. 멀미 해서 괴로웠다. 면세점 좋은 거 못 느꼈다. 미리 여유롭게 가격 비교하면서 인터넷이나 시내 면세점에서 구매하고 공항에서는 수령만 하면 건질 수 있을지도.
미국 서부의 기후 (8월)
1. LA County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고, 낮에는 해가 뜨겁다. 하지만 건조해서 못 견딜 정도로 불쾌하지는 않았다. 원래는 그렇게 선선하지 않은데, 잠시 이상했던 거라고 한다. 아무튼 돌아오기 전 며칠 좀 더웠던 것 빼고는 매우 쾌적했다. 무엇보다 7월의 긴 장마를 겪고 가서인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 매일 이어지는 것이 행복했다.
2. Las Vegas 최고의 건조함, 최고의 열기, 최고의 뜨거움이었다. 저녁이 되어도 시원한 바람은 불지 않고, 뜨겁고 건조한 공기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힌다. 호텔들이 지하로 다들 연결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밤에는 그냥 관광객이니까 견디고 다닐 만은 하다.
3. San Francisco 여름 옷만 가져간 탓에 춥고, 춥고, 춥고, 춥고, 추웠다. 낮에는 햇살이 따사롭고, 여름 옷을 입어도 괜찮았지만, 바람이 세게 불어서 겉옷을 벗었다 입었다 해야 한다. 아침과 밤에는 긴바지 + 반팔 + 홑겹 외투와 같은 조합이라면 추워서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다. 안개가 자주 낀다. 와인 투어 가이드가 말하길, 샌 프란시스코도 10월이 되면 소노마나 나파처럼 날씨가 맑다고 하는데 겪은 것은 아니라 모르겠다.
미국 서부의 문화와 언어
언어 때문에 곤란한 적은 없었다. 내 말도 다들 잘 알아 듣는다. 스페인어나 중국어를 하는 사람들은 영어 하는 사람만큼 편히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렛 같은 곳에서는 중국어를 하고, 중국인처럼 보이면 극진한 대접을 받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서로 친절하고 친근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에게도 좋은 저녁 보내라며 인사를 하고, 길 가던 사람에게 그 아이스크림 맛있어 보이는데 어디서 샀냐고 거리낌 없이 물어보고, Thank you, Sorry, Excuse me 같은 말도 자주 했다. 심지어 호스텔 룸메이트와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 지도를 보며 여기인가, 저기인가 고민 중인데 한 신사가 먼!저! 다가와서 길을 알려 줬다. 케이블 카나 버스의 기사와 가까이 있다 보면 어디서 왔냐, 샌 프란시스코는 처음이냐 등의 질문을 듣는다. 나는 원래 말을 크게 하지 않는데, 거기 사람들은 다들 쾌활하고 우렁차게(?) 얘기하다 보니 내 목소리가 쉽게 묻혔다....
한국보다 훨씬 더 다양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게 가장 다른 점이었고, 참 좋았다. 인종도 제각각이고, 다양한 뿌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삶의 방식도 얼핏 보았지만 다양한 것 같았고, 티 내고 다니는 동성 커플들도 꽤 많았다. 나는 풍경이나 분위기를 감상하느라 누가 커플이고 싱글이고 관심이 없었는데, 같이 다니던 사촌 동생 말에 의하면 '우리 게이 커플 엄청 많이 봤잖아!'라고.
다양한 엑센트를 들을 수 있었다. 중국인은 중국인스럽게 영어를 하고, 멕시칸은 멕시칸스럽게 영어를 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내 영어가 청산유수도 아닌데, 발음이나 인토네이션이 미국식이라는 이유로 영어를 "phenomenally"하게 잘한다는 말까지 들었다(저 단어를 남용하는 과장쟁이 아저씨였음). 특별히 당혹스러웠던 문화 같은 건 없었다. 어차피 한국과 비슷하고, 안 비슷하다면 영화나 미드에서 다 보던 거고, 가이드북에서 읽은 거니까. 놀란 점이 있다면, 영화나 미드에서 본 그 장면들이 실제 상황이었다는 거다.
아, 당혹스러웠던 게 있긴 있다. 가게에 들어갈 때 마다 'Is everything okay?' 혹은 'How are you doing today?' 'Can I help you with anything?' 이런 질문을 꼭 듣는다. 그럼 나는 '좋아요. 구경 좀 하고 있어요.'라고 답하는데, 왠지 안 살 거면 나가라는 것 같은 느낌이라 매번 당황했다. 샌프란시스코나 엘에이 시내나 라스베가스 거리 구석구석에 구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몇몇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말을 마구 거는 게 좀 무섭다. 그럴 때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노 잉글리시'라고 답하면 1초만에 해방될 수 있다. 이건 투어 그룹에서 만난 언니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밤 거리에 쓸데없이 달라붙는 남자들이 많다고 한다. 그럴 때도 영어를 한 마디도 모르는 척 하면 쉽게 해결 할 수 있다고!
2013. 9. 4. 1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