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릉역 앞, 장미 한 다발에 1000원.
오늘은 마침 날씨가 참 좋았다. 어쩐지 가을을 그리게 하는 날씨여서 좋았다. 가을이 정말로 불쑥 와 버릴까 무섭기도 했지만. 선선한 바람을 쬐며 종로 도심에서 여름 밤을 즐기는 사람들이 흐뭇했다.
집에 돌아오는 역에 내리자마자 중년 아저씨가 종이로 포장한 연분홍색 장미 꽃다발을 들고 대합실을 서성이고 있었다. 진부한 빨간색도, 촌스러운 진달래색도 아닌 연분홍이라니!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나 보다. 꽃을 들고서.
역을 빠져나오니 여기저기 사람들이 꽃을 들고 서 있었다. 정말 예쁜 풍경이었다. 원래 금릉역 앞 광장은 가족을 마중 나온 다른 가족, 치맥을 하는 사람들, 분수대에서 노는 아이들이 있어서 훈훈한 분위기다. 오늘은 거기에 꽃이 더해졌다. 그냥 자전거가 아니라 꽃바구니가 달린 자전거, 그냥 집에 들어가는 여자가 아니라 꽃다발을 쥐고 집에 들어가는 여자가 있었다. 장미가 한 뭉치에 1000원이니 사가라며 나를 보고 환히 웃으셨던 꽃 파는 분도 좋았다. 누군가에게 선물해야 해서도, 쓸모가 있어서도 아니라 그저 꽃이니까 또 저렴하기까지 하니 당연히 사가고 싶지 않냐는 듯.
Bouquet de roses, only 1000 won
2014. 7. 29. 23:49
2014. 7. 29. 2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