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목걸이를 집었는데 9천원밖에 안 했다. 그걸 계산하면서 생각했다. 이걸 선물로 받는다면 한동안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텐데. 선물에 감동을 받는 이유는, '이만큼 내 돈 굳었으니까', '이만큼 좋은 거니까'가 아니라 '날 잊지 않고 생각하며 사 줬으니까', '날 좋아해서 사 줬으니까'이니까. 그게 9천원이든 9만원이든 기쁜 거다.
난 항상 생각한다. '이거 주면 잘 쓰겠지', '이거 맛있어하겠지', '여기 좋아하겠지' 하지만 마음 가는대로 줬다가는 돌려 받지 못하고 부담으로 떠안기게 될 거다. 그건 이타심을 가장한 이기심이니까. 그냥 마음으로만, 말로만 표현하게 된다.
하지만 최대한 줄이고 기름을 짜낸 마음과 말마저도 그는 종종 그저 '응'이라며 받아 넘기고, 그럴 때마다 난 고민한다. 대체 내가 마음껏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받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기대해서는 안 되는 걸까.
처음에는 점차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이 싫었다. 기대에 실망할까 봐 무서웠고, 기대가 채워지면 그것에 익숙해질까 봐 무서웠다. 그런데 서로에게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면 관계를 맺는다는 것 자체가 아무 의미 없는 것 아닐까. 더 기대해야 한다. 그리고 나도 그의 기대를 채우려고 해야 한다. 그것이 교감이며 믿음이며 정이다.
혼자 편한대로 살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기꺼이 관계를 다져 갈 만큼 마음에 드는 타인을 찾았고, 같은 타이밍에 서로에게 충실하기를 선택했다. 얼마나 큰 행운인가. 또 얼마나 무서운 책임감인가.
2014. 5. 20. 23:12